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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276일 째 파업 중인 부산 사하구 장림동 소재 부산합동양조(생탁)을 찾았다빨간 조끼를 입고 정문 옆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 대부분은 50대 이상의 중년여성들이었다파업 노동자들이 털어 놓은 근무환경은 그야말로 최악이다직원 대부분이 근로기준법을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사측이 최대한 악용해 온 것이다.
 
업계 2위 알짜기업...직원 대부분은 촉탁계약직
 
부산 생탁은 서울의 장수막걸리에 이어 업계 매출 전국 2위다부산 지역 시장점유율은 70% 정도이며 경남지역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막걸리로 통한다연매출액은 230억 정도. 70년대 부산의 양조장들이 모여 합동양조를 만든 것이 생탁의 출발이었다.
 
직원들의 연령은 높은 편이다. 50대 이상이 대부분이며 70대 노인도 있다. ‘정년 55라는 사규 때문에 거반의 직원이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촉탁계약)이다직원들의 근무 여건이 대체 어떠하기에 칼바람 속에서 비닐을 깔고 바닥에 앉아 사측을 규탄하는 걸까.
 
파업의 발단은 구내식당에서 우연히 보게 된 사규집 때문이었다노조 조직부장인 송복남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작년 11월 식당에서 보게 된 사규에 이상한 문구가 있더군요연차를 쓰지 않으면 연말에 자동 소멸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우리 직원들은 한 번도 연차를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그래서 왜 연차를 못쓰게 하느냐못쓴 연차는 수당으로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더니 봉급에 모든 것이 다 포함된 포괄임금이라고 우기더군요답답해서 몇 명이 민주노총을 찾게 된 겁니다.”
 
 
근로자들이 들려준 얘기는 충격적
 
농성장에서 노동자들이 전해주는 근무환경은 참담했다박정희 정권이나 5공 때를 연상할 만큼 열악하기 짝이 없다현장에서 농성 중인 생탁 근로자들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다.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4시 30분에 출근하니 아침과 점심을 회사에서 먹어야 한다하지만 밥 먹어야 하는 시간에도 기계는 계속 돌아간다잠시도 쉴 틈이 없다. 5분 만에 밥을 먹어야 했다.
 
택시타고 출근해야 하는데도 버스비만 줬다. 버스가 다니지 않는 시간대에 출근하려니 거리가 먼 경우 택시를 탈 수밖에 없다그러나 회사는 버스비에도 부족한 월 7만원을 지원해 주는 게 고작이었다.
 
작업화까지 직원 개인 돈으로 사야 했다작업현장엔 항상 물이 질펀하다한겨울에는 무척 발이 시리다그래서 회사에 속에 털이 있는 장화를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했다직원들이 개인 돈으로 직접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휴일에도 근무했다. 주 5일 근무는커녕 한 달에 한번 쉬는 것도 쉽지 않았다지금은 조금 사정이 나아졌지만 몇 달 만에 휴일을 갖는 직원도 많았다물론 휴일수당 같은 건 없었다.
 
장례도 치를 수 없었다. 송복남씨가 겪은 일이다아들이 없는 삼촌이 세상을 떴다때문에 자신이 상주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회사에게 설명하고 휴가를 요청했지만 사측은 사규집 뒤적거리더니 삼촌 상에 휴가를 주라는 규정은 없다며 거절했따결국 장지에도 갈 수 없었다.
 
하루 18시간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명절 전 3일 동안 배송 기사들은 혹사를 당한다잠은 대기하는 동안 차 안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졸면서 운전하기 일쑤였다.
 
휴게실에는 곰팡이와 쥐바퀴벌레가 득실댔다. 밤 근무자가 잠시 눈을 붙이는 공간이 있지만 환경은 끔찍했다노조가 설립된 뒤 노동청에 진정해 겨우 개보수가 이뤄졌으나 사측은 왜 그런지 언론의 취재를 막고 있다.
 
<야근 직원이 눈을 붙였던 휴게실. 사진은 수리 전 상태(자료제공: 블로거 거다란>
 
산재 처리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직원 이봉호씨의 경우다술과 물을 섞어 비율을 맞추는 작업현장은 바닥과 계단이 미끄럽다이 씨가 넘어져 손이 찢어지고 손가락이 부러졌다의사 권유로 MRI 촬영을 했건만 사측은 누구 맘대로 사진을 찍었느냐며 MRI 검사비 지불을 거절했다.
 
못쓰는 술탱크가 직원 목욕탕이었다. 쓰다 버린 술탱크에 지하수 받아서 오토바이 헬멧 같은 걸로 물 끼얹도록 해 놓은 게 고작이엇다샤워하면 오히려 몸이 간지러웠다파업하고 난 뒤에야 겨우 수리가 이뤄졌다.
 
직원 1인당 한끼 부식비는 450. 100명 직원이 아침 저녁 두끼 먹는데 사측이 지불하는 비용은 고작 9만원이다.
 
휴일에는 점심을 제공하지 않았다.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 하면 고구마 혹은 삶은 달걀을 두 개도 아닌 딱 하나씩만 먹으라고 줬다.
 
성추행도 있었다. 혼자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의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는 등 추행이 있었다고 말했던 피해자는 회사로 복귀하자마자 말을 바꿔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다.
 
사측은 파업 9개월이 되도록 대화에 소극적이다. “이미 식약처로부터 벌금 맞을 거 다 맞았다며 오히려 배짱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다부산 생탁은 식약처로부터 제조 일자 조작기계와 식기류 염소로 세척암반수 사용한다고 과대 광고한 사실 등이 드러나 처벌을 받은 바 있다.
 
 
매출액 35%가 사장 연봉
 
노조에 대한 경찰의 과잉 대응도 문제다지난 26일 경찰은 파업집회에 참여한 노동자 5명을 붙잡아 이 중 3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하지만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현장근로자의 급여는 130만원 수준그런데 놀라운 건 사장이 챙겨가는 액수다전체 근로자 인건비는  매출의 9%도 안 되는데 사장은 연매출의 35%를 가져간다. ‘합동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장단이 41명이나 된다. 사장 한 사람이 챙겨가는 배당금은 월 2300만원. ‘사장단 연봉이 10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아무 일도 안하면서 지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뭉칫돈을 빼내가는 것이다.
 
'사장들'이 챙겨가는 엄청난 연봉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박봉에 시달리며 노예처럼 일하는 근로자들을 쥐어짠 결과다. 중소기업 사장 연봉이 100억 원이라니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과 부산참여연대의 취재지원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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